문을 닫고도 손잡이를 한 번 더 잡아보게 된 이유
집을 나서려고 현관문을 닫았습니다. 도어록에서 잠겼다는 소리도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두세 걸음쯤 가다가 다시 돌아섭니다.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당겨봅니다. 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갑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문을 닫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지가 더 중요했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전에 버튼부터 누르느라 바빴습니다. 요즘은 몇 초 늦어지는 것보다 제대로 닫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소리를 들었는데도 손으로 다시 확인한다
현관문을 닫으면 도어록에서 짧은 전자음이 납니다. 잠금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머리로는 잠겼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손이 다시 손잡이로 갑니다.
살짝 당겨보고 단단히 잠겨 있으면 그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뿐입니다. 그 몇 초를 아끼겠다고 그냥 나서는 것보다 한 번 확인하고 편하게 외출하는 쪽이 좋아졌습니다.
어쩌다 급하게 나간 날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각이 납니다. '문 잠갔지?' 분명 잠갔는데도 기억이 흐릿합니다. 다시 올라갈 정도는 아니지만 내려가는 동안 마음 한쪽에 작은 찜찜함이 남습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차라리 나가기 전에 손잡이를 한 번 당겨보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자동차 문을 닫고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주차장에서도 비슷합니다. 차에서 내려 리모컨으로 문을 잠급니다. 사이드미러가 접히고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봤는데도 운전석 손잡이를 한 번 당겨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차 안에 가방이나 물건을 두고 내린 날에는 더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멀리 걸어가면서 리모컨을 눌렀습니다. 지금은 잠기는 모습을 보고 나서 움직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불안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하고 나면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머릿속에서 일을 끝내버리는 셈입니다.
가스불 앞에서는 눈으로 한 번 더 본다
외출하기 전 부엌을 지나가다가 가스레인지 쪽을 바라볼 때도 있습니다. 아침에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손잡이 위치를 한번 봅니다. 전기포트의 전원이 꺼져 있는지,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배경처럼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집을 나서기 직전이면 유독 잘 보입니다. 가스불은 꺼졌고, 수도도 잠겼고, 창문도 닫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마음속으로 외출 준비가 끝난 느낌이 듭니다.
가끔은 현관까지 갔다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확인해 보면 역시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내가 이걸 왜 다시 보러 왔지' 싶어 혼자 웃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확인하고 나면 속은 편합니다.
호텔방을 나설 때도 잠깐 뒤를 돌아본다
여행을 가서 호텔방을 나설 때면 평소보다 확인할 것이 많아집니다. 휴대전화, 지갑, 충전기, 안경을 챙기고 카드키를 들고 문을 나섭니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데도 그대로 걸어가지 않고 잠시 서서 제대로 닫혔는지 봅니다.
체크아웃하는 날에는 한 번 더 방 안을 돌아봅니다. 침대 옆 콘센트, 욕실 세면대, 옷장 안을 차례로 봅니다. 대부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방을 한 바퀴 돌아보고 문을 닫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습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릴까 봐 겁이 많아졌다기보다, 다시 돌아오는 번거로움을 이미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서두르는 것보다 되돌아오는 일이 더 싫어졌다
젊을 때는 몇 분이 아까웠습니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건너고 싶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타고 싶었습니다. 무언가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쓰는 것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서두른 몇 분보다 확인하지 않아 생긴 일이 훨씬 오래 사람을 붙잡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휴대전화를 두고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우산을 식당에 놓고 와 다음 날 찾으러 가고, 차 문을 잠갔는지 생각나 주차장으로 되돌아간 경험 같은 것들입니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이면 행동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빨리 출발하는 것보다 한 번 확인하고 출발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확인은 불안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동작일 수도 있다
물론 같은 것을 계속 확인하느라 외출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현관문을 닫고 손잡이를 한 번 당겨보는 정도의 행동은 꼭 걱정이 많아졌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작은 실수 하나가 얼마나 귀찮은 일을 만드는지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기억에만 맡기지 않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그 자리에서 끝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손잡이를 한 번 당기고 돌아서는 순간에는 묘한 마침표가 있습니다. '됐다. 이제 가면 된다.' 그 짧은 확신 덕분에 집을 나선 뒤에는 오히려 뒤를 덜 돌아보게 됩니다.
외출할 때 이것저것 반복해서 확인하기보다 마지막에 꼭 확인할 것 두세 가지만 정해보세요. 현관문, 가스, 휴대전화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것만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집을 나서면 다시 떠올리는 일도 조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문을 잠그고 다시 확인하는 습관은 이상한 건가요?
한 번 정도 확인하고 안심한 뒤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습관입니다. 특히 이전에 문을 잠갔는지 헷갈리거나 물건을 두고 나온 경험이 있다면 확인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습니다.
Q. 예전보다 확인하는 일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생활 경험이 쌓이면서 작은 실수 뒤에 따라오는 번거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서 일을 끝내려는 습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현관문을 닫고 손잡이를 한 번 당겨봤습니다. 역시 문은 잘 잠겨 있었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몇 초가 별로 아깝지 않습니다. 문이 잠긴 것을 손끝으로 확인하고 돌아서면 그다음부터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 것은 걸음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더 살피는 습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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